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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충

막힌 변기 뚫기 최고 존엄 / 뻥투 후기

티스토리 첫 글을 이런 주제로 시작할 줄은 몰랐지만...

너무 큰 감명을 받았기에 이 감정이 생생히 내 안에 남아있을 때 후기를 남긴다.

바야흐로 약 3주간 우리 집 변기는 꽉 막혀 입수를 거부하는 상태였다. (ㅡㅡ^)

뚫어뻥 기구로 아무리 펌프질을 해도

온갖 유해 화학약품을 들이부어도

녀석은 요지부동 한 발자국 물러섬이 없었다.

뭔가 휴지 조각들이 계속 올라오는 것을 봐서는 휴지로 단단히 막힌 듯 했다.

결국 자취 시절 극한의 상황에 몰렸을 때 하던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했는데

그건 바로 옷걸이를 통한 관장(?)이었다.

 
옷걸이 접합 부분을 해체해 꼬챙이로 만들어서 냅다 쑤신다

 

그간의 긴 자취 생활동안 옷걸이는 나의 최후의 보루이자 믿을맨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최후의 수단까지 막혀 절망에 빠져있을 때

와이프가 새로운 아이템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그것이 바로 [뻥투] 였다.

 

 
그저 갓갓....

퇴근했는데 못보던 이상한 것이 택배로 도착했길래 꺼내보고

호기심 반 불신 반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혐짤 아닙니당 ㅎㅎ

 

설치와 사용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1. 스티커처럼 생긴 뻥투를 변기 가장자리에 밀봉하여 붙이고

2. 물을 내림과 동시에 투명한 부분을 양손으로 힘껏 눌러준다.

(차오르는 물로 인해 부풀어오르는 공기를 힘으로 압박하고 그 압력으로 물을 내려보내는 원리이다)

3. 이 과정을 2~3회 반복한다.

 

반신반의하며 힘껏 가운데 부분을 압박하던 그때,

변기에서 3~4번의 굉음이 들리더니 거짓말처럼 물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3주만에 보는 새하얀 변기 속살이었다.

 

소용돌이쳐 내려가는 물을 보고 있자니

지난 3주간 고통받았던 시간들이 같이 씻겨 내려 가는 것만 같았다.

 

혹시 몰라 총 세번의 물 내림을 반복 후

[뻥투]를 제거하고

본 기능을 회복한 변기를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지금껏 변기 막힘에 이렇게 간단하고도 강력한 해결책은 없었다.

만약 수압이 약하거나 하수도관이 약해서 자주 트러블을 경험하는 분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뻥투로 뚫어버리길 강력 추천한다.

(장당 4천원이라 좀 비싸지만 옷걸이로 사투를 벌였던 지난 시간들을 생각하면 만 원에 팔아도 나는 기꺼이 구매 할 것이다)

 

왜 이제야 알게 됬는지

지난 세월마저 야속해지는

최고존엄 뻥투를 찬양하며 첫 글을 마친다.

 

 

 

 

(주의)

스티커의 접착력이 너무 강한 나머지 양손으로 스티커를 잡아당겨 제거하던 도중

변기가 '들썩'하는 오싹한 경험을 했다.

 

집 변기를 통채로 뽑아버리고 싶지 않다면(특히 세입자라면)

한 손으로는 지긋이 변기를 눌러주며 천천히 뻥투를 제거하도록 하자 :-)